장애인도 버스를 타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장애인도 누구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권리가 있다. 특히 휠체어 사용자나 보행 보조기를 사용하는 고령자에게 버스는 일상의 유일한 이동 수단이기도 하다. 그런데 실제로 지역 버스를 타려고 하면 너무나 많은 제약에 직면하게 된다.
버스 승하차 환경은 단순히 ‘저상버스가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정류장 위치, 인도 상태, 경사로의 존재 여부, 운전기사의 태도까지 모두 포함된 복합적인 접근성 문제가 얽혀 있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 지역에서 휠체어 사용자 입장에서 버스를 타기 위해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그리고 현재의 승하차 환경이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를 직접 점검해보고자 한다.
지역 버스 이용을 위한 실제 준비 과정
서울과 달리, 지방 중소도시나 교외 지역은 버스 시스템 자체가 장애인에게 불친절하다. 글쓴이는 실제로 경기도 외곽, 충청도 중소도시,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총 15개의 지역 정류장과 5개의 노선 버스를 직접 이용하며 상황을 파악해보았다.
① 버스 정류장 접근 문제
휠체어 사용자에게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는 정류장 자체에 접근이 어렵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버스 정류장은 인도와 차도 사이의 단차가 명확하지 않거나, 인도가 좁아 휠체어가 지나가기 어려운 구조다. 일부 지역은 인도가 아예 없어, 휠체어를 끌고 차도 가장자리를 따라가야만 했다.
② 저상버스 운행률의 문제
정부는 저상버스 보급률을 2025년까지 5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지역에서는 여전히 일반 계단형 버스가 주력이다. 일부 노선은 하루에 1~2대 저상버스가 운행되기도 하지만, 운행 시간대가 고정되어 있어 실시간 이용은 어렵다.
또한, 저상버스가 오더라도 버스 기사의 리프트 작동 여부나 승하차 지원 여부는 기사 개인의 의지에 따라 달라진다. “리프트 고장 났어요” 혹은 “시간 없어요”라는 말로 승차를 거절당하는 사례도 여전히 많다.
③ 휠체어 고정 장치, 있으나 무용지물
휠체어 사용자가 버스에 탑승했다 해도 내부에 있는 휠체어 고정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사용법을 모르는 기사도 많다. 이로 인해 위험한 상태로 이동하게 되며, 급정거 시 전복 위험도 존재한다. 어떤 버스에는 고정 장치가 있으나 좌석 위에 짐이 쌓여 있어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실제 점검한 지역 버스 환경 요약 분석
정류장 접근성 | 인도 단차, 경사로 미흡, 인도 협소 | 휠체어 접근 불가능 |
저상버스 비율 | 일부 노선 하루 1~2대 수준 | 배차 간격 길고 예측 어려움 |
리프트 사용 | 기사의 의지에 따라 다름 | 승차 거부 사례 있음 |
휠체어 고정 장치 | 설치는 돼 있음 | 사용 미숙, 점검 미흡 |
정보 안내 시스템 | 버스 앱에서 저상버스 표시는 되지만 실제와 다름 | 실시간 정보 오류 발생 |
전체적으로 봤을 때, 지역 버스의 장애인 접근성은 매우 제한적이며, 아직까지도 ‘누구나 이용 가능한 교통수단’이라고 말하기에는 현실적인 벽이 크다.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이유
현재의 문제는 단순한 시설 미비만의 문제가 아니다. 장애인을 ‘예외적 존재’로 취급하는 교통 인식 자체가 변화하지 않으면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다.
정부와 지자체는 저상버스 보급률을 높이겠다고 하지만, 물리적 공급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제 사용 가능성이다. 버스 기사 교육, 실시간 운행 정보 정확도 개선, 고정 장치 작동법 교육 등 ‘소프트웨어적 접근’이 병행돼야 한다.
또한, 정류장 디자인부터 인도, 신호체계까지 전반적인 도시 인프라가 유니버설 디자인 관점에서 재정비돼야 한다. 휠체어 한 대가 통과하지 못하는 인도라면, 그 인프라는 실패한 것이다. 특히 고령자, 유모차 이용자, 어린이까지 생각하면 이는 더 이상 ‘소수의 문제’가 아니다
모두를 위한 교통은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버스를 한 번 타기 위해 장애인이 겪어야 하는 일들은 상상 이상이다.
‘단 한 정거장을 이동하기 위한 외출’조차 사전 확인, 일정 조정, 현장 대기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며, 거절당하거나 위협을 느끼는 일은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교통 편의’는 대부분 비장애인의 기준이다. 하지만 진정한 교통의 평등은 가장 약한 사람도 편안히 이용할 수 있는 구조에서 출발해야 한다.
지역 버스가 진정한 공공교통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배리어 프리 철학이 정책과 운행 실무에까지 깊이 반영되어야 한다. 지금 당장은 힘들어 보일 수 있지만, 작은 개선이 쌓여야만 세상은 움직인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문을 여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그 문이 닫히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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