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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편의시설

지하철 엘리베이터가 없는 역, 휠체어는 어떻게 이동할까?

휠체어로 지하철을 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하철이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휠체어 사용자나 이동 약자의 입장에서 보면, 엘리베이터 하나의 유무가 외출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
지하철은 엘리베이터만 있다면 접근성이 좋은 교통수단이지만, 여전히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여러 지하철역에는 엘리베이터가 없거나, 승강장과 연결되지 않은 역들이 존재한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로 휠체어를 사용해 엘리베이터가 없는 지하철역을 이용해보며, 장애인이 지하철을 타기 위해 어떤 고충을 겪는지, 그리고 무엇이 문제이며 어떤 개선이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휠체어로 지하철을 탄다는 건

 

실제로 겪은 엘리베이터 없는 역의 불편한 진실

서울 지하철 1호선 A역은 오래된 구조로 지어져 엘리베이터가 승강장까지 연결되지 않는다. 이 역에서 휠체어 사용자가 지하철을 타기 위해서는 두 가지 선택지를 마주하게 된다.
첫째는 계단 옆 리프트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리프트는 고장이 잦고 작동 방법을 직원만 알고 있어, 역무실에 요청해야만 쓸 수 있다. 일부 역에서는 해당 리프트가 아예 철거된 상태이기도 하다.
둘째는 가장 가까운 ‘엘리베이터 있는 역’까지 이동한 뒤, 한 정거장 전/후로 되돌아오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A역에서 출발하려는 사람이 B역(엘리베이터 설치)까지 휠체어 이동 후 열차를 탄다면, 도착역도 동일하게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이처럼 휠체어 사용자에게는 ‘지하철역 선택’ 자체가 제한되며, ‘가장 가까운 역’이 아닌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역’이 출발지가 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물리적으로는 인프라가 연결되어 있어도, 실제 이동권은 단절되어 있는 셈이다.

 

수도권 주요 지하철역의 엘리베이터 설치 현황

아래 표는 서울과 인접 지역의 지하철역 중 일부를 기준으로 엘리베이터 설치 현황과 접근 가능성을 정리한 것이다. (2025년 1분기 기준, 필자의 직접 방문 및 시민 제보 기반)

노선역명엘리베이터 유무승강장 연결 여부휠체어 이용 가능성
1호선 구로역 있음 일부 연결 안 됨 제한적
2호선 을지로3가역 없음 리프트만 존재 어려움
3호선 경복궁역 있음 승강장까지 연결 가능
4호선 혜화역 있음 좁고 경사 심함 불편
5호선 서대문역 없음 계단만 존재 불가능
7호선 남구로역 있음 공사 중 미사용
9호선 신논현역 있음 엘리베이터 2대 가능
 

특히 1~5호선 구간은 노후된 역사 구조로 인해 설치가 지연되거나, 구조적 문제로 연결이 어렵다는 설명이 따른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으로 장애인을 염두에 두지 않은 설계에서 비롯된 문제다.

 

장애인 이동권은 "협조 요청"이 아니라 "기본 권리"다

지하철에서 엘리베이터가 없을 경우, 휠체어 사용자는 역무실을 통해 요청해야 한다. 안내요원이 도와주기도 하지만, 이 자체가 불편함을 전제로 한 시스템이다. 이동 과정에서 다른 출입구로 이동해야 하거나, 밖에서 돌아 들어가는 우회로를 안내받는 경우도 많다.
즉, 자립적인 이동이 원천적으로 차단된 구조다. 어떤 역에서는 휠체어 리프트가 ‘고장 상태’인 경우도 있었고, 일부는 아예 “이 리프트는 3년 전부터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역무원도 있었다.

또한, 지하철 앱이나 교통 포털에 나오는 ‘장애인 편의시설 있음’ 표시가 실제와 다른 경우도 빈번하다.
표시는 있으나 문이 잠겨 있거나, 안내문이 없거나, 역무원이 작동법을 모르는 경우가 있어 실사용은 어렵다. 이는 단순한 오류가 아닌 장애인의 이동을 구조적으로 제한하는 문제다.

 

설치뿐 아니라 운영·정보·의식 개선이 필요하다

장애인 접근성은 단순히 ‘시설을 만들었다’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다음 3가지가 동시에 갖춰져야 한다.

  1. 물리적 연결성 확보
    • 모든 출구와 승강장, 개찰구, 지면이 엘리베이터 또는 경사로로 연결되어야 함.
    • 리프트는 예외적 조치이며, 정식 대안이 될 수 없음.
  2. 운영 시스템 개선
    • 안내요원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동 음성 안내, 모바일 연동 출입 시스템, 이용자 참여 모니터링 체계 마련 필요.
  3. 정확한 정보 제공
    • 실시간 엘리베이터 운영 정보, 고장 여부, 대체 경로 등을 교통 앱·지도에서 실시간으로 제공해야 함.
    • “있는 듯 없는” 시설은 오히려 더 위험하다.

지하철 이동권은 도시의 기본 기능이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역에서 휠체어를 이용해 지하철을 탄다는 것은 단순한 ‘교통 이용’이 아니다. 그것은 장애인의 일상이 인내와 조율, 그리고 타인의 배려를 전제로 작동하는 사회에 놓여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하지만 교통은 누구에게나 자율적인 이동의 도구여야 한다. ‘도와줘야 쓸 수 있는 교통수단’은 결코 공공재가 아니다.

앞으로의 도시 계획은 단순히 빠르고 효율적인 이동만을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이동, 스스로의 힘으로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자유, 그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지하철의 모든 역이 배리어 프리로 완성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단 한 대의 엘리베이터에서 시작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