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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편의시설

휠체어로 공원 산책을 해보니, 예상 못한 불편이 있었다

자연 속 산책도 누구에게나 평등할 수 있을까?

공원은 많은 사람들이 휴식과 재충전을 위해 찾는 공간이다. 숲길을 걷고,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산책로를 따라 운동하는 것은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이다. 하지만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공원 산책은 마음만큼은 쉽지만 현실에서는 쉽지 않은 도전이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로 휠체어를 이용해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대표적인 공원 5곳을 돌아다니며 휠체어 사용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산책의 어려움과 공원 환경의 문제점, 그리고 개선 방향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장애인 이동권은 실내 공간뿐만 아니라 야외 환경에서도 보장받아야 하며, 그 출발점은 누구나 다닐 수 있는 공원 접근성이다.

휠체어 이용자 입장

 

휠체어로 다녀본 주요 공원의 접근성과 실제 경험

서울숲, 올림픽공원, 한강공원 여의도지구, 인천 중앙공원, 수원 만석공원 등 총 5곳을 실제로 탐방하며 다음과 같은 항목들을 중심으로 체크하였다:

  • 공원 입구 접근 가능 여부
  • 산책로의 경사와 포장 상태
  • 화장실, 매점, 휴게시설 접근성
  • 안내 표지와 휠체어 동선
  • 공원 내 이동 중 시민 반응 및 배려 정도

1️⃣ 서울숲 – 자연과 인프라의 균형이 잡힌 편

서울숲은 비교적 휠체어 접근성이 좋은 공원 중 하나였다. 주요 입구에는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었고, 산책로도 포장이 잘 되어 있어 이동이 수월했다. 곳곳에 휴게 벤치와 낮은 높이의 테이블이 비치되어 있어 일행과 함께 휴식이 가능했다.
하지만 일부 산책길은 너무 경사가 심하거나 바닥이 모래로 되어 있어 바퀴가 빠지는 구간이 있었다. 또한, 휠체어 전용 화장실은 존재하지만 위치가 눈에 띄지 않아 찾기 어려웠고, 내부 청결상태도 아쉬웠다.

✅ 종합 점수: ★★★★☆

2️⃣ 올림픽공원 – 시설은 갖췄지만 동선은 헷갈려

올림픽공원은 대형 공원답게 휠체어 전용 경사로, 엘리베이터, 안내 표지 등이 잘 설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산책로가 넓고 다양하게 뻗어 있어 휠체어 사용자에게는 오히려 동선이 헷갈릴 수 있는 구조였다.
특히, 일부 진입로는 ‘계단만 있는 구간’이 존재했고, 이를 피하려면 상당한 우회를 해야 했다. 또한, 공원 내 매점이나 자판기 등 편의시설 접근에는 턱이 있는 곳이 많아 실제 이용은 제한적이었다.

✅ 종합 점수: ★★★☆☆

3️⃣ 한강공원 여의도지구 – 넓지만 위험 요소 많음

한강공원 여의도지구는 야외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장소이지만, 휠체어 사용자는 강변으로 내려가는 경사로가 급하고, 난간이 부족한 구간이 많아 위험성이 높았다.
자전거와 킥보드가 뒤섞인 도로에서 휠체어는 속도 차이로 인해 항상 방해받거나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또한, 휠체어용 공중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었지만, 화장실 앞 경사로가 너무 짧고 급해 접근이 어려웠고, 내부는 협소해 회전이 불가능했다.

✅ 종합 점수: ★★☆☆☆

4️⃣ 인천 중앙공원 – 지역 공원의 한계 뚜렷

인천 중심부에 위치한 중앙공원은 산책로 중심부는 무난했지만, 입구 자체에 단차가 많고, 안내 표지판에는 휠체어 동선이 전혀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또한, 공원 중앙 호수를 따라 조성된 산책길의 일부 구간은 보도블록이 울퉁불퉁하거나 갈라져 있어 이동 중 바퀴가 걸리는 경우가 발생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입장에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라인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대부분의 구간에서 그런 배려는 찾아볼 수 없었다.

✅ 종합 점수: ★★☆☆☆

5️⃣ 수원 만석공원 – 공원 내부는 좋지만 진입이 어려움

만석공원은 공원 내부는 비교적 평탄하고 조경이 잘 되어 있었지만, 진입로 자체가 협소하고 경사진 언덕으로 연결되어 있어 진입이 매우 힘들었다.
차량 없이 접근하려면 인근 도로에서 휠체어를 밀고 경사진 인도를 올라야 했고, 일부 구간은 인도가 끊겨 있어 차도로 내려가야만 했다.
또한, 공원 내에 위치한 운동기구 공간은 대부분 휠체어 이용자가 접근하거나 사용할 수 없는 구조였다.

✅ 종합 점수: ★★☆☆☆

 

휠체어 이용자 입장에서 느낀 공통적인 불편 요소

5곳의 공원을 직접 방문하며 공통적으로 느낀 불편 요소는 다음과 같다.

  • 단차와 경사: 입구에 단차가 있거나, 경사가 너무 급해 보조 없이는 진입 불가
  • 표지판 부족: 휠체어 전용 동선 안내가 없거나 눈에 띄지 않음
  • 바닥 재질 문제: 자갈, 모래, 울퉁불퉁한 보도블록 등 비포장 구간
  • 화장실 접근성 미흡: 전용 화장실은 있어도 내부 공간 부족, 위치 안내 부족
  • 보행자와의 혼잡: 자전거, 킥보드와 혼용되는 도로에서의 안전 위협

이러한 요소들은 공원이라는 공공장소가 여전히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물리적 구조와 인식 개선이 동시에 필요

공원 내 휠체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한 경사로 설치만으로는 부족하다.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조치가 병행되어야 한다.

  1. 휠체어 사용자 동선 설계 반영
    • 휠체어, 유모차, 고령자 보행자가 다닐 수 있는 경로를 별도로 확보
    • 안내지도 및 표지판에 해당 경로 명시
  2. 접근 가능한 편의시설 배치
    • 휠체어 회전 가능한 화장실, 저상형 매점 카운터, 넓은 벤치 및 테이블 확보
  3. 자전거/보행 분리
    • 보행 약자와 속도 빠른 이동수단의 충돌 방지 위한 차선 분리
  4. 공원 설계 단계부터 유니버설 디자인 도입
    • 장애인 당사자의 의견 반영, 공원 평가제 도입 필요

 

자연은 모두의 것이어야 한다

공원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한다. 바람을 맞으며 걷고, 햇볕 아래 쉬는 시간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다.
하지만 휠체어를 이용하는 이들에게 자연은 여전히 ‘조건부로 허락된 공간’일 뿐이다. 진정한 배리어 프리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원의 디자인부터 운영까지,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기준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 글을 통해 공원 관리자, 지자체, 그리고 정책 담당자들이 휠체어 이용자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공원을 돌아보게 되기를 바란다. 한 걸음이 더 많은 사람을 품을 수 있도록, 공원은 그 첫 걸음을 바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