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주차 공간, 정말 장애인이 주로 사용하고 있을까?

‘양보’가 아닌 ‘권리’로 보아야 할 장애인 주차 공간

우리는 대형마트, 병원, 공공청사, 아파트 주차장 등에서 흔히 파란색 바탕의 장애인 주차 구역을 볼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배려가 아니라,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법적으로 의무 설치된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 공간은 비장애인이 무단 주차하거나, ‘잠깐이면 괜찮겠지’ 하는 생각으로 점유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번 글에서는 장애인 주차 공간이 실제로 어떻게 사용되고 있으며,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그리고 비장애인의 인식과 제도적 개선 방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실제 현장에서 확인한 장애인 주차구역 실태

2025년 6월 기준, 수도권 내 15곳의 상업시설 및 공공기관(대형마트, 병원, 구청, 문화시설 등)을 직접 방문해 장애인 주차구역의 사용 실태를 확인했다.
관찰 시간은 주간·야간 시간대 포함, 각각 최소 1시간 이상 현장 확인을 통해 이루어졌다.

 관찰 기준 항목

• 장애인 전용 표기 유무
• 전용 구역 내 실제 주차 차량의 장애인 등록 여부
• 위치 및 접근성
• 주차 안내 표지판/단속 여부

 관찰 결과 요약

장소총 전용 주차구역실제 장애인 차량 비율비장애인 차량 점유

A 대형마트	5면	2대	3대 (일반 차량 무단주차)
B 종합병원	6면	4대	2대 (일시 주차)
C 구청	3면	3대	0대
D 복합문화센터	4면	1대	3대 (킥보드, 일반 차량 혼재)
E 아파트 방문자 주차장	2면	0대	2대 (택배 차량 등)

 

총합 결과:
조사된 20여 개의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중, 실제 장애인 차량이 이용한 비율은 약 40%,
비장애인의 불법 또는 무단 이용 비율은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적 허점과 관리 부족

현재 법적으로는 장애인 자동차 등록증을 발급받고, 해당 표지를 차량에 부착한 경우에만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반복된다:

1. 장애인 표지 미부착 차량의 무단 이용
   • 실제 장애인 차량이더라도 표지가 없으면 단속 대상이 되며, 반대로 가족 명의의 차량이 임의로 사용되는 경우도 존재
2. 표지 위·변조 및 대여 사례
   • 친척이나 지인이 임의로 차량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어, 본래 목적과 다르게 사용되는 사례 존재
3. 현장 단속 인력 부족
   • 일부 공공시설 외에는 단속이 거의 없거나, 불법 주차 차량에 경고 스티커만 부착
4. 벌금 미비
   • 과태료는 법적으로 부과되지만, 실효성이 낮고 반복 위반 시 제재가 약함

해결을 위한 4가지 개선 방향

장애인 주차구역이 본래 목적대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단속 강화만으로는 부족하며, 제도와 인식 모두의 개선이 필요하다.

1. AI 기반 자동 감지 시스템 도입
   • 주차장 입구에서 차량 번호와 장애인 등록 여부를 자동으로 비교해 알림 제공
2. 시민 신고 앱 활용 강화
   • 불법 주차에 대해 사진 1장으로 신고 가능한 모바일 앱 시스템 홍보 및 간소화
3. 장애인 당사자 의견 반영 제도화
   • 주차구역의 위치, 숫자, 표지 방식 등에 대해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를 반영한 설계
4. 공익 캠페인 및 인식 개선 교육 확대
   • 단순한 “하지 마세요”식의 문구가 아니라, 왜 필요한지, 누가 필요한지 설명하는 콘텐츠 확산

장애인 주차구역은 ‘배려’가 아닌 ‘권리’다

장애인 주차공간은 양보받는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이동을 가능하게 만드는 최소한의 조건이며, 일상과 사회를 연결하는 필수 통로다.
‘잠깐이면 괜찮겠지’라는 생각 하나가 누군가의 병원 진료, 중요한 약속, 직장 출근을 방해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장애인 주차공간을 제대로 사용하는 사회는 결국 모든 시민의 이동권을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의 자유로운 이동.
그 첫 걸음은 파란색 주차공간을 ‘내 공간’이 아니라 ‘누군가의 권리’로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