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은 삶의 기본이다. 그런데 택시도 마음대로 부를 수 없다?
‘언제든 부르면 바로 오는’ 일반 택시와 달리, 장애인 전용 택시는 다르다.
서울시를 포함한 주요 지자체에서는 교통 약자를 위한 ‘장애인 콜택시’, ‘복지 택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 택시는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리프트 탑재 차량으로, 보행이 어려운 장애인에게는 일상과 병원, 일자리, 가족의 품을 이어주는 유일한 발이다. 하지만 정말로 필요한 시간에 이 택시를 부르면 바로 올까?
정답은 “아니오”인 경우가 훨씬 많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로 장애인 콜택시를 호출해 본 경험과 통화 시도 결과,
그리고 콜택시 배차 시스템의 허점, 이용자 체감 불편, 그리고 이 제도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짚어본다.
실제 호출 시도 결과: “배차가 불가합니다”의 반복
필자는 서울시 교통약자 이동지원센터의 장애인 콜택시를 비롯하여, 경기, 인천, 대전, 부산 등 총 5개 지역의 장애인 택시 호출 앱을 사용해 각각 오전 9시, 오후 1시, 오후 6시 시간대에 호출을 시도했다. 각 지역별 평균 대기 시간은 다음과 같았다:
서울 | 오전 9:00 | 43분 | 배차 성공 |
서울 | 오후 18:00 | 62분 | 배차 실패 (미배차) |
경기 고양 | 오후 13:00 | 50분 | 배차 실패 |
인천 | 오후 18:30 | 77분 | 배차 실패 |
부산 | 오전 10:30 | 31분 | 배차 성공 |
대전 | 오후 17:00 | 58분 | 배차 실패 |
결론:
총 6건의 호출 중 2건만 성공, 그나마도 30분 이상 대기 후 도착이었다.
특히 출·퇴근 시간대, 병원 진료가 몰리는 오전 시간대에는 장애인 택시 수요가 몰리지만 공급은 제한적이어서 대부분 배차 자체가 안 되었다.
구조적 문제 차량은 적고, 규칙은 많고
장애인 콜택시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니다.
장애인복지카드에 ‘1급 또는 2급 등록’된 장애인, 혹은 보행보조구를 사용하는 중증 장애인만 이용할 수 있다.
게다가 사전에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하며, 이용 횟수나 목적지 제한이 있는 지역도 존재한다.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점들
- 공급 자체가 부족
- 서울시는 2025년 기준 약 700여 대 운영 중
- 반면 등록된 교통약자는 40만 명 이상
- 하루 평균 이용 가능 차량은 전체 수요의 5~10%에 불과
- 예약 시스템의 비효율
- 일부 지자체는 앱으로 예약 가능하지만, 여전히 전화 대기 방식 병행
- 예약이 밀릴 경우 앱과 전화 모두 먹통
- 출퇴근·병원 시간 집중도
- 대다수 호출이 오전 8시
10시, 오후 5시7시에 몰려 - 그 외 시간은 유휴 차량이 있음에도 효율적 분산이 안 됨
- 대다수 호출이 오전 8시
- 목적지 제한
- 특정 지역은 타 시·도 이동 제한, 병원/복지기관 외 목적 불가
- 일상적 외출에 제약, 사회적 고립 초래
장애인 이용자의 입장에서 본 콜택시의 ‘불편한 현실’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휠체어 사용자 김모 씨는
“매일 병원 치료를 가기 위해 아침 8시 30분에 콜택시를 부르지만, 3일 중 하루는 배차가 안 돼 결국 지각하거나 진료를 포기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배차 실패 후 일반 택시를 이용하려 해도 휠체어 탑승이 불가능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대전에서 1급 지체장애인을 부양 중인 보호자 이모 씨는
“가족이 병원에 입원한 날, 응급실에 이동해야 했는데 배차가 안 됐다.
결국 구급차를 불렀지만 10만 원 가까운 비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장애인 택시는 단순한 교통 수단이 아니라 생명과 일상, 생계와 연결된 필수 자원이다.
그런데 이 자원을 ‘시간이 남을 때 배차되는 제한 서비스’로 운영한다면,
정작 필요한 순간에는 아무 역할도 할 수 없다.
장애인 택시 제도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단순히 차량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장애인 택시 제도가 실제로 사용 가능한 교통권으로 기능하려면, 다음과 같은 변화가 필요하다.
1. 차량 수 + 인력 증대
- 지역별 수요 조사 기반으로 배차 효율화
- 민간 택시회사와 연계한 유연한 호출 시스템 구축
2. 인공지능 기반 배차 시스템
- 단순한 시간순 호출이 아니라, 이동 목적의 긴급성, 장애 유형, 이동 거리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우선 배차 알고리즘 도입
3. 상시 운영 + 자율 운행 테스트 도입
- 야간 및 공휴일 배차 확장
- 무인 차량 테스트 대상에 장애인 전용 택시 포함
4. 일반 택시 대상 ‘장애인 응대 인증제’ 도입
- 휠체어 승차 가능한 구조를 가진 일반 택시 보급
- 운전기사 대상 기초 교육 수료 시 인센티브 제공
교통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보장받아야 하는 권리
장애인 택시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다.
택시가 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병원에 가지 못하고, 외출을 포기하고,
고립되는 일상은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 더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가 “잠시 기다리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사이,
누군가는 그 기다림 속에서 치료를 포기하고, 일자리를 놓치고, 삶의 연결을 잃고 있다.
진정한 배리어프리 사회는 교통을 가장 먼저 바꾸는 것에서 출발한다.
장애인이 이동할 수 없다면, 그 어떤 권리도 실현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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