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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편의시설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의 장애인 편의시설, 실제 상태는?

‘모두의 쉼터’인 휴게소, 정말 모두에게 열려 있을까?

고속도로 휴게소는 장거리 운전자의 필수 쉼터이며, 관광객과 고속버스 이용자 모두에게 중요한 장소다. 특히 장애인에게는 단순한 휴식처가 아니라, 이동 중 반드시 필요한 필수 공간이다.
하지만 휠체어나 보행보조기를 사용하는 입장에서 보면, 고속도로 휴게소의 이용은 단순하지 않다. 장애인 전용 화장실이 있다고 해도 문이 잠겨 있거나, 진입로에 단차가 있거나, 내부 구조가 좁아 회전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로 전국 주요 고속도로의 휴게소를 다녀보며,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실제로 사용 가능한 상태인지, 그리고 법적 설치 기준과 현실 사이의 차이는 무엇인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았다.

직접 방문한 휴게소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

 

직접 방문한 휴게소 10곳의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

글쓴이는 수도권을 포함해 전국 고속도로 상에서 접근 가능한 **10곳의 주요 휴게소(상·하행 포함)**를 방문하여, 다음 항목을 기준으로 장애인 편의시설을 점검했다.

  •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위치 및 상태
  • 장애인 전용 화장실 유무 및 내부 실사용 가능 여부
  • 경사로, 자동문 등 진입 동선
  • 휴게소 내 식당, 카페, 상점 등의 접근성
  • 표지판 및 안내 시스템

1. 안성휴게소(경부선 상행)  ✅ 종합 평가: ★★★☆☆

  • 장애인 주차구역은 입구 가까이에 배치되어 있었고, 넓이는 기준 이상이었다.
  • 화장실은 전용 칸이 별도로 있었지만, 비밀번호가 걸려 있어 요청해야 사용 가능했고, 내부 청결 상태는 아쉬웠다.
  • 식당 쪽은 턱이 없어 진입은 가능했으나, 테이블 간 간격이 좁아 휠체어 이동이 힘들었다.

 

2. 만남의광장휴게소(서울 외곽순환 고속도로)  ✅ 종합 평가: ★★★★☆

  • 도시형 휴게소답게 전반적인 구조는 최신이며, 자동문과 경사로가 잘 갖춰져 있음
  • 화장실은 양호했으나, 화장지가 비치되어 있지 않음
  • 안내표지는 잘 되어 있었지만 식당 내 이동 동선이 혼잡하고 정리 안 됨

 

3. 문막휴게소(영동고속도로)  ✅ 종합 평가: ★★☆☆☆

  • 장애인 주차장은 있으나 경사각이 너무 높아 보조 없이는 진입 어려움
  • 화장실은 내부 공간이 좁고 회전이 어려운 구조
  • 전체적으로 리모델링이 오래되지 않아 전반적인 불편이 큼

 

4. 칠곡휴게소(중앙고속도로)  ✅ 종합 평가: ★★☆☆☆

  • 전용 화장실 있음, 그러나 출입문이 고장 나 제대로 닫히지 않음
  • 내부는 깨끗하지만 거울과 세면대 높이가 비표준
  • 식당 내 무대형 구조로 휠체어 접근 불가 좌석 다수

 

5. 횡성휴게소(영동고속도로 상행)  ✅ 종합 평가: ★★★★★

  • 장애인 편의시설 우수 휴게소로 선정된 곳, 시설이 전반적으로 잘 되어 있음
  • 리프트 및 저상 테이블 완비, 안내 표지도 상세
  • 직원 응대도 친절, 휠체어 사용자도 독립적 이용 가능
  •  

공통적으로 나타난 문제점 5가지

전국 휴게소의 장애인 편의시설은 양적인 측면에서는 확대되었으나, 실제 이용 가능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부족함이 많았다. 주요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1. 잠겨 있는 전용 화장실
    • 사용 요청을 해야만 열 수 있는 구조, 긴급한 상황 대응 불가
  2. 접근 동선의 단차 또는 급경사
    • 입구까지의 경사로가 너무 가파르거나, 표면이 미끄러운 재질
  3. 내부 공간 부족
    • 전용 화장실은 있으나, 휠체어 회전 반경을 고려하지 않은 설계
  4. 식당과 매장의 배치
    • 계단형 구조, 좁은 통로, 낮은 테이블 없음 등으로 이용이 실질적으로 불가능
  5. 직원 교육 및 안내 부족
    • 장애인 이용객에게 별도 안내가 제공되지 않으며, 문의 시 정확한 응답을 못 하는 경우도 많음

제도와 현실의 괴리 법은 있지만 관리가 없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고속도로 휴게소는 장애인 전용 화장실, 주차장, 경사로 등의 설치가 의무다.
하지만 실제로는 운영상의 미비와 유지보수 부족으로 인해, ‘있지만 사용할 수 없는 시설’이 되어버린 경우가 많다.

특히, 일부 휴게소는 리모델링 전 시설이 기준에 미달되었음에도 그대로 사용 중이며, 정기적인 점검 및 평가 시스템이 없는 것이 문제다.

이용자가 불편을 겪었을 때 즉시 피드백하거나 개선 요청할 수 있는 체계도 미흡하다. 현재의 구조는 장애인이 스스로 ‘요청’해야만 변화가 이루어지는 수동적 시스템에 머물러 있다.

 

고속도로는 단순한 도로가 아니다, 삶의 연결이다

장애인에게 고속도로는 단순한 통로가 아니라 삶의 공간을 연결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휴게소는 그 중간 연결지점이자, 존엄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장소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휴게소가 휠체어 사용자와 고령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구조화되어 있다.

배리어프리 사회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상식을 반영한 설계와 꾸준한 관리로부터 시작된다.
이 글이 단 한 곳의 휴게소라도, 휠체어 사용자에게 편안한 공간으로 바뀌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