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마트는 정말 모두에게 열린 공간일까?
대형 마트는 일상 생활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이용하는 대표적인 다중 이용 시설이다. 주말이면 가족 단위 고객들로 붐비며, 생필품부터 전자제품, 의류까지 다양한 물품을 한 곳에서 구매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러한 마트가 실제로 장애인을 위한 공간으로 설계되고 운영되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장애인 고객이 마트를 방문했을 때 겪는 불편은 물리적인 시설의 부족에서부터 직원의 응대 방식, 안내 정보의 부족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본 글에서는 직접 방문한 대형 마트에서의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장애인 고객 대응 수준을 점검해 보고, 앞으로 개선되어야 할 점들을 살펴본다.
시설은 있지만 접근이 불편한 구조
대부분의 대형 마트는 입구에 장애인 주차구역을 배치하고, 엘리베이터와 휠체어를 비치해 두고 있다. 외관상으로는 ‘장애인 편의시설 완비’라고 적혀 있어 겉보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마트 내부를 돌아다니다 보면 장애인 고객이 전 구역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데는 여러 제약이 따른다.
첫 번째 문제는 매장 내 복도 폭이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고객 입장에서 복도가 너무 좁거나, 진열대에서 나온 물품 박스들이 통로를 막고 있어 이동이 어렵다. 특히 할인 행사 구역은 이동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혼잡하거나 구조적으로 좁다. 또한 장애인 화장실은 있더라도 위치가 멀거나, 청소도구와 물품들이 쌓여 있어 실제 사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장애인 전용 카트를 비치한 곳도 있었지만, 카트의 수가 적고 항상 충전 상태가 되어 있지 않아서 사용을 못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마트 내에서는 이를 안내하는 직원도 따로 배치되어 있지 않아, 처음 방문한 장애인 고객은 어디에서 무엇을 요청해야 할지 알기 어렵다.
직원 응대와 안내 시스템의 문제점
시설 외에도 마트 직원의 응대 태도와 안내 시스템도 중요한 장애인 편의 요소이다. 점검 당시 일부 마트에서는 직원이 장애인 고객을 적극적으로 도와주거나 먼저 다가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별다른 교육을 받지 않은 듯 장애인 고객에 대한 응대가 어색하거나 소극적이었다.
특히 휠체어 사용 고객이 물건을 집기 어려운 높은 선반에 있는 제품을 요청했을 때, 직원이 당황하거나 주저하는 모습을 보인 경우도 있었다. 이는 단순히 친절의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가 내부적으로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점자 안내 지도, 음성 안내 시스템 등 시각장애인을 위한 배리어프리 정보 제공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일부 마트에서는 자율 계산대를 이용해야 하는 구조로 되어 있었는데, 이 또한 장애인 고객에게는 큰 장벽이 된다. 도움 요청 벨이 마련되어 있어도 반응이 늦거나, 직원이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오히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형식적인 대응에서 실질적인 접근성으로
대형 마트는 겉보기에는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현장을 직접 점검해 보면, 많은 부분이 단지 ‘설치되어 있음’에 머무르고 있다. 장애인 고객의 입장에서 이동이 가능하고,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얻으며, 편안하게 쇼핑할 수 있는 환경은 아직 부족하다. 장애인 편의시설의 진정한 의미는 단순한 존재 여부가 아니라, 실제로 ‘쓸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앞으로 대형 마트는 고객의 다양성을 고려한 운영 방식을 마련하고, 정기적인 교육과 시설 점검을 통해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으로 나아가야 한다. 장애인을 배려한 공간은 결국 모두에게 편리한 공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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