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장애인 편의시설

지역 장애인 이동지원센터, 예약부터 탑승까지 전 과정 체험기

숫자보다 중요한 건 ‘이용자의 하루’

장애인 이동권은 단순한 편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기본권에 해당한다. 지역마다 장애인 이동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특별교통수단을 통해 외출이 어려운 장애인의 이동을 돕고 있다. 이 서비스는 병원 진료, 복지관 방문, 문화 활동, 심지어 친구를 만나기 위한 외출까지 다양한 목적을 가능하게 만드는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 서비스를 이용해 보면 제도와 현실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한다. 제도상으로는 누구나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이용 가능하지만, 정작 이용자가 느끼는 실제 경험은 복잡하고 불편한 절차, 제한된 이용 시간, 비효율적인 배차로 인해 많은 불만을 낳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한 지역 장애인 이동지원센터의 차량을 직접 예약하고, 탑승 후 목적지까지 이동해 본 전 과정을 체험하며, 그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개선점들을 조명해본다.

장애인 이동지원센터

예약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

이동지원센터 차량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전화나 앱,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이번 체험에서는 전화 예약을 시도했는데, 통화 연결까지 평균 15분 이상이 걸렸다. 예약 가능한 시간대는 빠르게 마감되었고, 특히 오전 시간대에는 병원 진료 수요가 많아 원하는 시간에 배차를 받기 어려웠다.

예약이 확정되면 기사님 정보와 차량 도착 예정 시간이 문자로 전송된다. 이 시스템 자체는 잘 마련되어 있었지만, 실제 차량이 도착한 시간은 예정보다 20분 이상 지연되었다. 도착 직전까지 별다른 알림이 없어, 외출 준비를 마친 후에도 계속 대기해야 했다. 특히 휠체어를 이용하는 고객의 경우, 사전 준비가 필요한데 정확한 도착 시간 안내가 없으면 이용자와 보호자 모두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또한 긴급한 외출이나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에는 사실상 대응이 어렵다. 시스템은 정해진 시간표 안에서만 작동하며, 유연성이 부족하다. 이처럼 예약 과정부터 이미 여러 제약이 발생해, 정작 필요한 순간에는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탑승 후 느껴지는 불편함과 배려의 온도

차량에 탑승하면 기사님이 휠체어를 고정하고 안전벨트를 확인한 후 출발한다. 대부분의 기사님들은 친절하고 도움을 주려는 의지가 있었지만, 모든 차량과 인력이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고 있지는 않았다. 일부 차량은 진동이 심하거나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아 여름철에는 불쾌한 환경이 될 수 있었다.

차량 내부 공간이 협소하여 동반 보호자가 함께 타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탑승 자체는 가능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타면 불편하고, 짐을 싣기에도 부족한 공간이었다. 더 큰 문제는 운행 경로였다. 단순히 목적지로 바로 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승객을 함께 태우는 동승 방식이기 때문에 예상보다 시간이 훨씬 더 걸렸다. 이로 인해 병원 진료 시간에 늦거나, 행사 시작 시간을 놓치는 사례도 있었다.

탑승 중에는 이용자에게 목적지 도착 예정 시간이나 현재 위치에 대한 안내가 부족했고, 긴급 상황에 대비한 시스템도 미비했다. 특히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 이용자에게는 별도의 알림 기능이 없어, 배려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이동 수단을 넘어 ‘신뢰 가능한 일상 도구’로

장애인 이동지원센터의 특별교통수단은 단순히 탈것이 아니라, 장애인의 일상을 가능하게 해주는 생활 기반이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 ‘최소한의 이동’을 제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정작 중요한 ‘이동의 질’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예약부터 탑승, 도착까지 전 과정이 이용자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하며, 배차 시스템의 유연성과 정확도, 차량 환경의 쾌적성, 기사 교육의 표준화 등이 함께 개선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 서비스는 숫자나 실적이 아니라, 실제로 외출을 시도한 한 사람의 하루를 바꾸는 힘을 가졌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크다. 앞으로의 이동지원 서비스는 ‘기본적인 이동권 보장’이라는 틀을 넘어,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일상 교통 수단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그것이 진짜 삶의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